【재일조선족】운동회의 뜨거운 열기와 그 이면ー어린이, 고향, etc.

[KCJFA 사무국=홍용일] 기사공개: 2017년 8월 8일 21:20

 

#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화합의 대축제

지난 8월 6일, 동경 기타구 쥬죠다이(東京北区十条台)에 자리잡고 있는 도쿄조선중고급학교에서 “2017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이하,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본 협회를 포함하여 ‘조선족연구학회’, ‘사단법인 재일조선족경영자협회’, ‘세계한인무역협회 치바지회’(월드옥타 치바지회) 를 비롯한  8개의 재일조선족 공식 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번 운동회는 올해로 제3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총 1,950명(남성 744명, 여성 950명, 어린이 256명)의 참가자를 기록한 운동회는, 자원봉사자만 100명 이상이 투입될 정도의 규모로 일본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는 조선족들한테는 일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연중 가장 큰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관서(교토, 오사카 등)지역에서 활동하는 배구팀(OKK)의 참가로, 지역을 뛰어넘는 참여와 화합의 장을 펼친 데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번 운동회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본 협회 마홍철 회장도 대회의 개막식 인사말에서 특별히 관서지역 단체를 언급하며 그들의 참여에 환영의 뜻을 전하였습니다.

  삶을 위하여 꿈을 위하여 고향을 떠나 일본 땅에 뿌리내려 열심히 살고있는 우리 조선족 여러분, <2017년 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 에 참가하신 것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처음으로 본 대회에 참석한 칸사이(관서)대표팀 여러분, 반갑고 고맙습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는 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는 스포츠를 통해 조선족단체들의 화합을 강화하고 조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조선족 문화의 대축제입니다. 살아가는 길에서의 근심걱정과 불안은 잠시 잊으시고 오늘은 맘껏 뛰고 응원하며 웃고 드시고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2017년 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 집행위원회 위원장 마홍철=본협회 회장 개막사中)

 

이에 OKK 배구팀을 이끌고 동경을 찾은 윤설화씨는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결과보다 참여가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려 합니다.”며 금후의 지속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축구협회와 운동회

재일조선족축구협회도 이번 대축제의 주최 단체 중 하나로 대회의 순조로운 운영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본 협회 마홍철 회장, 손성룡 부회장, 리호 부회장 모두 후원 기업으로 참여하였고, 또한 협회 차원에서도 특별히 대회 전 이사회(7/29)를 열고 이번 운동회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인식한 기초에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실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회를 하루 앞둔 8월 5일, 본 협회에서는 30여 명의 소속 선수들을 동원하여 체력적으로 가장 막중한 대회장 설치준비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30도를 넘는 한여름의 고온속에서 실내 체육장 3층에 있는 무겁고 긴 테이블을 운반하여 운동장, 민족음식판매부스 등 대회장 각 곳에 배치하는 작업은 고되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봉사자 모두가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회 당일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는 이번 운동회 축구경기 항목에서 작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동청련’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대회장 부스 해체 및 테이블 반환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운동회의 순조로운 진행과 원만한 마무리를 위하여 축구를 사랑하는 스포츠인의 강인한 정신력과 희생정신을 보여준 모든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한편, 이번 운동회 축구경기 항목 결승전에서 한 선수가 볼 경합 과정의 충격으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며 선수들의 안전문제와 의료팀 설치 필요성 등 금후 운동회에서 만전을 기해야 할 새로운 과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강한 신체적인 접촉 혹은 물리적 충돌로 축구 경기장에서는 간혹 선수들이 쇼크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선수의 혀가 기도에 말려 들어가며 자칫하면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고, 쇼크 후 4분 이내가 선수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기적의 시간’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요즘 프로축구 선수들은 위험에 처한 동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강습과정을 의무적으로 수료하기도 합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다행히 현장에 있던 동청련팀의 김광문(現 国立東京医科歯科大学 박사과정)선수와 하조(夏粟)선수가 즉시 부상 선수의 목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말려 들어가는 혀를 뽑아내 기도를 확보함으로써 한 선수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냉정하게 발 빠른 응급조치를 시행한 두 선수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재일조선족경영자협회 김만철 회장의 전언에 의하면, 현재 부상 선수는 잠시 단기입원 중이며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운동회 홍보를 위하여 동경내 수십개의 조선족 음식점에 포스터를 붙이며 배후에서 묵묵히 봉사를 한 백두산팀 최호선수, 하루빨리 완쾌하여 수많은 동료들이 기다리는 축구장으로 다시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56명의 어린이와 운동회, 그리고 고향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번 운동회는 무려 256명의 재일 조선족 2세들이 참여하며 마치 어린이날을 방불케 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각종 어린이 경기와 프로그램이 펼쳐졌고, 주말 한글학교인 ‘샘물학교’ 어린이들은 평소에 열심히 배워온 우리말 솜씨와 노래를 마음껏 뽐내기도 했습니다. 문득, “일본에서 태어난 우리 2세들한테 ‘고향’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한 공동체 성원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특정 지역에 기반한 공통된 역사적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공동체와 역사적 기억을 각각 ‘민족’과 ‘지역감정’ 혹은 ‘고향인식’으로 치환하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재일 조선족 2세들에게는 태어난 출신지 즉 고향은 동경이 될 수도, 사이타마 혹은 관서지역의 오사카나 교토로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물리적인 고향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어린이들은 부모와는 또 다른 지역감정을 갖고 살아갑니다. 물론 살아가면서 민족이나 고향인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어떠한 공동체에 귀속의식을 느끼며 사회적,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라는 상상되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그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효한 매개가 ‘민족’,  ‘지연’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번 운동회 또한 ‘재일중국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고, 그 이름이 지닌 울림에 이끌려 수많은 조선족 부모들이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족’ 2세들을 데리고 축제를 즐겼습니다. 부모한테는 운동회라는 ‘장’이 곧 고향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나누고 즐기는 중국 동북지역에서 이식(移植)된 물리적 공간 – 고향 –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이날 256명의 ‘재일조선족 2세’ 어린이들한테는 이 운동회가 어떤 경험이었을까요. 적어도 이날, 이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조선학교’라는 운동회장에서 부모님의 고향말인 조선말을 마음껏 들으며 간접적으로나마 부모님의 고향을 경험했을 터입니다. 부모(재일 조선족 1세대)들은 중국동북의 어느 한 지역이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인 고향으로 일치를 이루지만, 이 어린이들에게는 나서 자란 동경, 사이타마 혹은 칸사이가 반드시 정서적인 고향으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가 다민족국가에서 살아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왔듯, 이들 또한 다문화국가 일본에서 스스로 그 고민을 헤쳐가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1세대 재일조선족은 우리 후세에 정체성을 강요할 수 없고, 그들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체로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운동회와 같은 화합의 장을 통하여 그들에게 정서적 혹은 심상적 ‘고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

부모의 고향인식을 후세에 기대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들이 언젠가 방황하고 고민할 때, 본인의 의지로 언제라도 선택가능한 하나의 ‘옵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가 지닌 또 하나의 참된 의미로 되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세번의 성공적인 운동회를 구상하고 이끌어온 재일 조선족 사회 리더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리고 10년후에도 우리의 운동회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기사 제공: KCJFA(재일조선족축구협회) 사무국

사진 제공:KCJFA, 재일중국조선족운동회 집행위원회, 스튜디오 아키라

©KCJFA 재일 조선족 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