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빌바오―연변축구

2015 중국 '해란강 닷컴-'나와 연변축구' 공모 대상 수상자=오수란

 # 스페인의 1부 리그 프리메라리가에는 아틀레틱 빌바오라는 유명한 클럽이 있다.

  100여년의 력사를 갖고있는 이 팀은 프리메라리가에서 총 8회 우승하면서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at 마드리드에 이어 4번째로 우승을 많이 한 팀이며 국제축구대회인 킹스컵에서는 23회 우승으로 25회 우승한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많다. 게다가 프리메라리가가 출범된 1928년부터 단 한번도 2부로 강등된적이 없다. 이런 팀이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3개 클럽뿐이라니 가히 명문팀이라 할수 있겠다. 헌데 이 팀에는 더욱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순혈주의, 즉 이 팀의 선수들은 모두 바스크인들로만 구성되였다는 점이다.

  빌바오시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연고지역으로서 바스크지역의 경제와 문화 중심지이다. 따라서 스페인의 200여만명에 달하는 바스크인들중 절반이상이 빌바오시주변에 살고있다. 바스크인들은 스페인이나 주변의 프랑스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특별한 민족이다.첫째로 “에우스카라”라는 그들만의 고유의 언어를 쓴다. “에우스카라”는 스페인어나 프랑스어와 전혀 다를뿐만아니라 유럽의 그 어떤 언어와도 문법적 공통점이 없는 고립어이다.

  또 외모적으로도 주변지역 사람들과 다르다. 길게 뻗은 코, 두터운 눈섭, 강한 턱뼈 등 딱 보면 바스크출신임을 알수 있다.    빌바오시에서 탄생한 아틀레틱 빌바오는 바스크인들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다. 그들은 종래로 바스크인이 아닌 선수를 팀에 받아들인적이 없다.(요즘은 바스크지역 클럽에서 유스생활을 하면 되는것으로 범위가 넓어졌으나 그래도 선수 대부분이 바스크인이다).

  또 바스크인들은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선수생활을 하는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틀레틱 빌바오에는 가장 우수한 바스크인 축구선수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팀의 축구풍격 또한 그들의 민족적특성을 닮아있다. 끈기 있고 용감하며 강팀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프리메라리가에서 단 한번도 강등된적이 없다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팀이 얼마나 탄탄하게 짜였는지를 알수 있다. 아틀레틱 빌바오의 애칭인 로스레오네스(사자들)처럼 그들은 한무리 용맹한 사자들이나 다름이 없다.


# 그럼 아틀레틱 빌바오는 어떻게 순수 바스크인선수로 경쟁이 치렬한 프리메라리가에서 발을 붙일수 있었을가?

 우선은 유소년축구시스템을 장기적으로 견지한 결과이다. 순수혈통을 고집하는것만큼 선수자원이 제한되여있기에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무척 공을 들인다. 1971년에 건립된 lezama훈련기지는 그들의 최고의 유소년축구훈련기지이다. 4개의 잔디 구장과  2개의 인공 잔디 구장이 있는 이곳은 어린 선수들을 선발하고 배양하는 축구의 성지(圣地)인 셈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이곳 코치들은 유소년팀의 성적과 존재하는 문제들을 종합하여 “lezama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런 분석을 통하여 목적성있게 훈련을 조직하는것이다. 40여년간의 견지를 통해 빌바오는 유소년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왔고 라파엘 알꼬르따, 훌렌 게레로, 프란 에스테 등 많은 우수한 축구선수들을 양성해냈다. 또 현재까지 클럽의 80% 가량의 선수들이 이 유소년팀에서 올라온 선수들이라고 한다.

 아틀레틱 빌바오의 성공은 또 그들의 정신적인 힘과 갈라놓을수 없다. 태생적으로 축구를 잘하고 축구가 전민운동으로 보급된 그들에게 자기 민족으로 구성된 아틀레틱 빌바오는 민족의 자긍심이다. 또 같은 지역,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공유한만큼 팀이 더욱 하나로 뭉칠수 있었다. 함께 나서 자란 친구가 선수생활을 같이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끈끈한 뉴대감은 팀을 무적함대로 만들었다.

  또 바스크지역과 그 팬들의 팀에 대한 사랑도 한몫 했다. 그들은 팀이 이기거나 지거나를 막론하고 늘 100% 사랑을 보내고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 선수들 또한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전 스페인 축구국가대표인 훌렌 게레로는 “빌바오에서의 우승 한번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열번의 우승만큼 가치가 있다.”라고 하면서 1995년 팀과 10년 계약을 맺고 2006년 아틀레틱 빌바오의 유니폼을 입고 빌바오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퇴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빌바오는 민족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인 셈이다.

  # 어쩌면 인구 200만의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대표하는 클럽, 조선족선수 위주로 구성된 축구팀―우리 연변팀과 많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그마한 자치주를 연고지로 하는 썩 부유하지 않은 연변팀, 박감독과 모든 선수들의 노력으로 슈퍼리그에 진출은 했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인 우리 팀이다. 하지만 빌바오의 사례를 보면서 웬지 모를 힘이 솟구치고 우리도 할수 있다는 신심이 생긴다.   요즘 슈퍼리그는 자본이 판을 치는 머니게임이다. 광주 에버그란데는 올해 선수보강에만 6245만유로를 투입하고 산동 로능은 3315만유로를 투입했다고 한다. 인민페로는 모두 억단위를 넘나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게다가 화북 화하행복에서는 다음해 클럽활동에 1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변강지역에 변변한 기업체 하나 없는 우리 연변팀에는 아름찬 일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자본이 만능인것은 아니다. 축구는 나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11명이 몸과 마음이 하나 되여 승리를 위해 뛰여야 하는것이다. 그 목표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그중의 하나로 금전적인 유혹이 될수 있을것이다. 물론 올해 슈퍼리그 1위를 한 광주 에버그란데를 보면 머니의 영향력을 무시할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에게는 없는 무기가 있다. 바로 우리 민족만의  정신적인 힘. 연변팀에 등록된 33명의 선수중 80% 이상은 연변의 조선족이다. 그중 스티브, 찰튼, 하태균 등 외적용병을 제외하고 5명의 선수들만 타 지역에서 온 다른 민족 선수이다. 또 출전회수를 보면 우리 조선족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할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 우리 민족 선수로 구성된 연변팀에게는 우리 민족만의 자부심, 긍지감 그리고 특유의 끈기가 있다.

  홈장에서 하북 화하팀을 여지없이 꺾어버리던 그날 나는 우리 선수들이, 우리 팀이 왜 할수 있는지를 느꼈다. 수백만딸라의 이적료를 지불한 에두를 공격수로 내세웠어도 화북 화하팀은 별다른 전술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우리 팀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무기력하게 패배를 기록했었다. 왜 자본이나 기술 모두 우리 팀보다 상위일 화하팀은 힘도 제대로 못 써보고 졌던걸가? 그 저변에는 바로 우리 민족의 강한 정신적인 힘이 깔려있다. 그들은 기술이나 전술에서 패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패했던 것이다.

  가정에서는 가훈이 집을 지켜주고 학교에서는 교훈이 학생들을 지탱하듯이 우리 팀에는 용맹하고 힘찬 장백호랑이의 기운이 버텨주고있다. 어떤 강팀도 두려워하지 않고 경기가 끝나기 마지막 일초까지 승리의 집념을 버리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돈보다도 값진 우리 민족의 기개를 볼수 있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굴해낸다면 자본으로 도금한 슈퍼리그에서도 분명히 자기만의 색갈을 가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될수 있을것이다.

  축구는 우리 민족의 삶의 일부라 할수 있다. 일찍 만주땅에 이주하여 조선족사회에 축구를 보급시켰던 조선족 지성인들은 “지식으로 문화수준을 높이고 체육으로 정신력과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며 조선족학교마다 축구팀을 건립하고 축구를 전민운동으로 발전시켰다. 20세기 80년대까지도 마을마다 축구장이 있고 지역간 운동회도 정기적으로 열렸던 것으로 안다.


(자료사진=동아일보:1910년대에 이미  간도 즉 오늘날 연변지역에서는 중,소학교 운동회를 통하여  축구를  하나의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시켜 갔다.)


 조선족남성이라면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우리 민족에게 축구는 뿌리 깊은 운동이였다. 축구의 광범위한 보급은 곧바로 20세기 60년대, 90년대 연변팀의 휘황한 성적으로 나타났다. 1965년의 전국 1등, 1997년의 갑a리그 4위, 이 모든것은 당시 모든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고 축구운동에 참여했던 사회환경과 갈라놓을수 없다.

 20세기 60년대, 90년대가 연변축구의 제1, 제2의 부흥시기라면 이제 제3의 부흥을 불러일으킬 때가 왔다. 그동안 쌓아온 저력을 프로의 세계에서 펼쳐보일 때가 된것이다. 간고한 환경이지만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견지하여 자급자족 할 선수자원을 마련했다.또 200만 조선족이 연변팀을 주시하고 관심하고 축구에 열광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정부가 관심하고 우리를 리드해줄 박감독이 계신다.천시지리인화(天时地利人和)적으로 우리 연변팀은 갑급리그를 벗어나 슈퍼리그에 발돋움할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제 남은것은 우리는 할수 있다는 무한한 믿음이다.    200만 바스크인들에게 아틀레틱 빌바오는 단지 축구팀뿐이 아니였을것이다. 축구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더욱 합심하고 더욱 강해질수 있었을것이다. 연변축구도 우리 조선족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한다.

 두돌배기 딸아이를 안고 대련과의 홈장경기를 보러 갔던 날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아리랑”을 부르며 나도 모르게 줄줄 눈물을 흘렸다. 최선을 다해 싸워주는 선수들이 고마웠고 그 선수들에게 플래시를 흔드는 방식으로 응원을 보내는 관중들이 고마웠고 우리 모두가 아직도 우리 민족으로 남아줘서 고마웠다.

 모든것이 축구가 깨워준 것들이다.

글,사진=오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