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JFA 比赛日】장춘戦 前・中・後

박천일(중국 연길) 기사 입력 2017.05.03 09:27

[KCJFA 比赛日=박천일]

경기前 – ‘악재’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장춘과의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이 한 얘기다. 6라운드 후 순위표에서 알수 있다시피 우리는 더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 언론도 똑같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는 숨막히는 기사 타이틀만 찍어 내보낸다. 모두가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누가 반드시 이긴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었을까. 말 그대로 ‘더는 물러설 곳 없는 결전’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많은 팬 또한 딱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에 차 있었던 건 아니다. 필경 장춘은 지난 라운드에서 하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첫승을 거둔 팀이 아니었던가? 연변 팬 입장에서는 장춘을 약팀으로 봐야 할 그 어떤 근거도 없었다. 단, 이번 경기에서 진다는 건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그 어떤 생각도 이성을 지배할 수 없는 패닉 상태에서 올 시즌 첫 승리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경기에 앞서 ‘악재’가 날아왔다. 올 시즌 승격팀 귀주가 원정에서 무려 선두를 달리고 있는 광주 부력을 잡은 것이다. 삽시에 연변 팬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잔류경쟁 상대 귀주가 한 점이라도 승점을 쌓으면 그만큼 우리는 불리해진다. 나름 약체로 얕잡아 봤던 귀주가 갑자기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과연 우리가 이길수 있는 팀이 있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도처에서 터져나왔다. 얼마나 마음이 다급하고 심란했는지, 어느 연변 팬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방토(굿)를 하는 사진을 올렸더니 삽시에 여기저기 팬 췬(위챗 단톡방)에서 공유되기 시작하였다. 그 누구도 익살스러운 장난으로 여기지 않았다. 모두가 그만큼 진지했다. 첫승을 거두면 어떠어떠한 이벤트를 하겠다고 여기저기서 팬들이 ‘공약 선서’를 하고 나섰다.

하지만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경기 당일 또 한 번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오며 연변 팬 마음을 쓸었다. 용병 수비수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수비라인 한 주축을 담당했던 한청송 선수마저 부상으로 결장한다는 악몽 같은 소식이었다.

경기일 오후, 경기장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찮다. 명색이 ‘길림 더비’인지라 가까운 장춘에서 온 원정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며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고속 철도역(연길 서역)에서 연변팬과 이미 한차례 불꽃 튀기는 마찰을 빚었다는 소식도 전해져왔다. 장춘은 이미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이미 지난 경기 승리로 자신감이 올라와 있었다.

 

경기中 – 박감독 CSL 첫 퇴장, 스승 자존심 살린 김파의 한방

경기 전 온갖 불안한 징조가 우리 마음을 한번 또 한 번 쓸고 지나며 결국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초반부터 우리 팀 선수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하지만 여유롭게 대처하는 장춘을 상대로 압도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지는 못한다. 상대의 거친 반칙을 곁눈으로 흘려보내는 심판에 박 감독이 거칠게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주심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라운드 외부에서 경기 감독을 맡은 부심(대기심)이 박 감독의 항의하는 모습을 마음속에 쌓아둔 걸까.

후반 들어 우리 팀 공세가 가해지며 상대의 반칙도 거칠어졌다.  옐로 카드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지만 주심은 알은 체 안한다 .  박감독의 항의도 거세졌다. 이때 기회라도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기심이  박 감독 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필드 위 주심에게 사인을 보냈다. 주심은 퇴장을 명령했다.

중국어가 안되는 박 감독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영어로 항의했을지라도 한결같이 신사의 모습을 보여온 박 감독 성격상 절대 욕은 안 했을 터다. 이장수 감독처럼 과한 신체적 표현을 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퇴장이라는 처벌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팬들은 격노했다. 박 감독 커리어 상 처음으로 당하는 퇴장임을 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점잖은 사람이 ‘불의’에 항의하다 ‘자기 집’에서 쫓기는 불상사를 당하자, 심판을 향한 거친 욕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관중석은 응원 소리와, 심판을 향한 욕설과, 그동안 억눌린 분노와 설움이 한데 어울려  ‘일촉즉발’의 순간을 방불케 한다.

공방전은 계속됐다. 오랜 고난 끝에 낙이 온 걸까. 하늘도 연변 팬들의 간절한 마음을 들어줬던 걸까. 도무지 결과를 낼 수 없을 것만 같은 팽팽한 흐름 속에서 후반 18분만에 기적처럼 골이 터졌다! 그것도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다 올해 들어서 ‘급정체’에 빠진듯하던 김파가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시즌 초반 부침이 길어지며 김파의 컨디션에 답답한 가슴을 치던 팬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김파 선수도 그동안 참아왔던 ‘답답함’을 토해낼 듯이 옐로카드를 받을 각오를 하며 유니폼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관중석을 향하여 한 마리 호랑이처럼 온 몸을 솟구쳤다. 포효하는 듯한 김파의 모습을 보며 팬들도 똑같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네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이야.”

드디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길게 울려 퍼졌다. “장하다, 우리 건아들아!” 이 경기는 결국 정신력으로 모든 압력을 이겨내고 이룬 승리였다. 모든 선수가 결승처럼 자신의 마지막 남은 땀방울을 다 쏟아낸 경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승이 퇴장을 겪는 불의의 ‘치욕’ 속에서 제자들이 승리의 결실로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점이다.

 

경기後 – 이제 시즌이 시작됐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 얼굴에 오랜만에 꽃이 활짝 피었다. 모두 다 상기된 얼굴 속에 승리의 희열이 그대로 묻어났다.

경기력 자체보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 준 소중하고 또 소중한 첫승. 그것도 감독이 퇴장당하는 수모를 겪는 상황에서 결국 선수들이 해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벤치에 나타나 인사하러 경기장을 돌고 있는 선수들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박 감독의 뒷모습을 보며 팬들이 박태하를 외치기 시작했다.

“박태하! 박태하!”

한 중년 사나이의 몸집이 서서히 관중석으로 돌려지더니 허리가 굽혀진다.

경기 후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이젠 분위기를 탔다”라고 얘기했다. 경기 내용에서도 그랬다.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하던 김파가 득점 후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유의 침투력으로 오른쪽 사이드를 거침없이 파고들었고, 아슬아슬한 경계라인에서 잽싸게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이 마치 작년의 그 ‘바람을 쫓던 소년” 그 자체였다.

경기장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오니, 어느 식당을 가도 온통 연변 팬이다. 이쯤 해서 또 연변에서만 나올 법한 명언이 한마디 나온다.

“오늘 연길 모든 식당에 있는 빙천맥주 거덜 내자.”

기나긴 밤 동안, 팬들은 지난 시간 억눌려 왔던 울분을 맥주잔 속에 마음껏 토해냈다.

박 감독 말처럼 이제 시작이다. 이제 시즌 초반일 뿐이다. 물론 지금부터 만나게 될 상대를 보면 누구 하나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상대를 따질 형편이었는가. 지난 시즌도 그랬고 이번 시즌 또한 이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을 치르듯이 나가다 보면 승패와 상관없이 팬들 마음도 든든할 것이다.

이제 곧 우리의 ‘믿을 자원’ 구즈믹스, 손군, 리호걸 선수가 속속 부상에서 회복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지며 가동 가능한 전술적 옵션도 다양해졌다. 스리백, 포백을 넘나드는, 이제부턴 재미있고 알찬 경기 자주 볼 것 같다.

2017 시즌, 이제 시작이다.

 

기사 제공=【KCJFA 比赛日=박천일】

사진 제공:길림신문

©재일 조선족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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