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JFA 칼럼】‘수싸움’ 연변축구, 상수를 이길 변수는 없다

[KCJFA 칼럼 필진=홍용일] 일본 도쿄 기사입력 2017. 5. 17 오후 11:06

 

 시즌 초반 부침이 조금 길어지고 있다. 연변축구는 올해 어떠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길까. 흔히들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변수 속에서 발전했다고 한다. 연변 축구사도 마찬가지였다. 단 그러한 변수가 악마의 모습을 갖췄는지 아니면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가 서로 엇갈린다. 기적과도 같았던 지난 몇 시즌 동안, 우리에게 찾아온 변수는 어떤 모습들이었는가? 그리고 이제 또 어떠한 변수를 맞이할 것인가?

 

SCENE 1. 천사의 얼굴을 한 예기치 못했던 변수

2014시즌을 마친 후 연변팀은 을급(3부)리그로 강등하며 감독 경험이 전무한 박태하 전 한국 국가대표 코치를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금에야 故 최은택 감독을 계승하여 ‘연변축구 대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박태하 감독이지만, 그 당시에는 팀과 감독 모두 서로의 상황에 ‘걸맞은’ 만남이었다.

하지만 광동팀 (广东日之泉)이 임금체납문제로 리그 참가 자격을 박탈당하며 연변은 한 시즌도 치르지 않은 채 광속으로 ‘승격’하는 변수를 떠안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 변수는 연변축구가 100년의 역사 속에서 굵은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하늘이 허락한 천사였다. ‘승격 팀’ 신분으로 연변은 2015시즌 갑급리그를 제패했고 15년 만에 중국 프로 축구 정상 무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슈퍼리그 무대에서도 성공적인 첫해를 장식한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던 천사의 얼굴을 한 변수는, 그렇게 연변 축구사의 빛나는 한 단락의 기록에 방점을 찍었다.

 

SCENE 2. 또 한 번 예기치 못한 변수, 악마의 농락인가

하지만 올 시즌 연변팀에 들이닥친 각종 변수는, 적어도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악마의 농락인가? 1승 3무 5패, 9라운드를 마친 후 연변이 내놓은 이 성적표는 결코 이상적이지 못하다. 시즌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발표된 ‘신정’과 끊임없는 부상 이탈은 올 시즌 팀 경기력에 큰 변수를 가져왔다. 조금 상승세를 타나 싶더니 팬들이 기대했던 2연속 홈경기 중 첫 상대인 북경에 마저 잡히며 순위도 바닥을 쳤다. 유럽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불리던 부락 일마즈(Burak Yilmaz) 선수에게 두 골을 내주며 비로 냉각된 연길 경기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연변은 그동안 에란 자하비, 알로이시오, 테세이라, 부락 일마즈에게 경기 결과를 결정짓는 골을 허락했다. 그리고 득점은 없었지만 오스카, 라베찌, 파투와 같은 CSL ‘특급 용병’들은 이름에 걸맞은 경기력으로 연변을 위협했다. 연변이 지금껏 치른 경기를 돌아보면, ‘신정’의 결과는 자명하다. 외국인 선수 출전이 제한됨에 따라, 혼자서라도 충분히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특급 용병’의 역할론이 갈수록 참 명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재정적 한계로 소위 ‘월클’ 용병을 보유하지 못한 연변과 같은 중소 구단은, 현실적으로 CSL이라는 강호에서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SCENE 3. 예기된 변수, 자금 부족과 윤빛가람 군입대

“계획은 있지만 돈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북경국안 전을 마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태하 감독이 한 말이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린 후 새 용병 영입 여부를 묻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수많은 연변 팬들의 공통된 관심사항이기도 했다. 윤빛가람이 곧 군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그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슈퍼리그 승격 후, 연변의 중원 사령관을 맡은 윤빛가람은  ‘월클’(세계급) 용병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최고의 수준을 보여줬다. 박태하 감독은 그동안 간결한 패스 플레이와 빠른 역습 축구를 지향해왔다. 만약 그러한 축구 철학을 펼침에 있어서, 연변 축구사상 최고의 미드필더(고종훈과 더불어)로 불러도 과언이 아닌 윤빛가람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가 가진 탤런트는 역대급이었다.

윤빛가람이 ‘잠시’ 팀을 떠나게 되면 연변의 미드필더 라인은 타격을 입게 된다. 중원을 누비며 시종 여유로운 자태로 공수 조율을 책임지던 핵심 선수의 시즌 중반 이탈은, 지금의 상황에서 상상도 하기 싫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윤빛가람 영입당초부터 결정된 변수 아닌 상수였다. 이러한 예기 가능한 ‘변수’의 대책으로 연변은 동계훈련 기간 스리백이라는 전술을 고안했고, 윤빛가람이 남긴 빈자리를 채우는 후계자로 전의농을 낙점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경기에서 전의농이 보여준 모습은 절대 ‘윤빛가람 대체불가’였다. 그의 투지와 노력이 가히 ‘눈물겨울’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근본적으로 미드필더를 맡을 ‘센스’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두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센스’라는 개념은 그만큼 추상적이다. 소위 센스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 선수들은 필드 위에서 한순간의 번뜩이는 장면을 통해 종종 사람들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를 경험케 한다. 가령 윤빛가람 같은 경우, 지난 시즌 헝다와의 원정에서 보여 준 득점 장면은, 축구선수로서 그가 갖고 있는 센스의 결정체였다. 그 경기에서 윤빛가람은 김승대의 돌파에 이은 패스를 받은 후, 박스 근처에 밀집한 상대 수비 사이의 빈 공간을 찾아내 간결한 밀어차기로 보귀한 동점 골을 기록했다. 비록 1초도 될까 말까 한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장면은 팬들 기억 속에 10초이상의 슬로모션으로 각인된다. 냉철함과 ‘센스’로 점철된 한순간의 번뜩임이 연변팬들한테는 ‘영원’ 그 자체로 남았다.

 

 SCENE 4. 구단 프런트라는 변수, 그리고 변수를 불식시킬 상수

이토록 강인한 인상을 남겨주고 떠날 윤빛가람을 과연 그 누가 대체할 수 있을까? 전의농의 카드는 결국 또 다른 변수를 잉태했다. 그렇다면 차선의 선택으로 연변은 새 용병을 영입할 가능성은 없을까. 그동안 연변축구계의 일각에서는 윤빛가람을 대체할만한 가성비 좋은 용병을 구단 차원에서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들려왔다. 그리고 어떠한 관계자는 새 공격수를 영입할 거라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박태하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 소문은 일단 루머가 아닌 사실로 판정 났다. 동시에 문제는 결국 ‘돈’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부덕그룹이 제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은 시즌 전부터 이미 팬들사이에서 나돌고 있었다. 구단 내막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민 이적비와 CSL 중계권 배당금, 그리고 부덕이 약속한 예산의 ‘일부’로 팀이 빠듯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상황을 보아 ‘자금부족’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박 감독의 발언으로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였다.

구단은 늘 입버릇처럼 ‘팀 모든 전권은 감독에게 일임한다’고 얘기한다. 단 명백한 점은 ‘약속된 자금조달’이 그 전제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축구는 시장을 먹고살고 시장은 자본의 흐름에 의해 돌아간다. 팬도 구단도 결코 ‘투호’ 구단과 비견될 정도의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다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는가? 단,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선수 영입이 해결책이라면, 남들처럼 ‘월클’ 용병은 아닐지라도 소소하게 가성비 좋은 선수는 영입할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슈퍼리그에서 최저 수준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 구단이 그 최소한의 자금마저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면, 과연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경기 외적으로 박 감독이 안심하고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을 구단 프런트가 만들어 주고 있는지, 팬의 한사람으로서 진지하고 묻고 싶다.

팬들은 알고 있다. 부덕그룹이 연변축구사에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연변 입주기부터 최민 이적설이 나돌때까지 비록 부덕의 ‘소동작’에 대한 각종 루머가 나돌았지만, 대중은 시비를 분명히 한다. 그리고 내부 실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몰라도, 왜 메인 스폰서가 자금을 풀지 못하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단 이해는 어디까지나 이해차원에서 그친다. 실질적으로 데스크 위에 쌓인 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건 결국 구단 프런트다. 그리고 ‘상인’은 사정이 어떻든 상도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친근한 이미지로 묵묵히 박태하 감독을 지켜줬던 박성웅 단장이 건강상 이유로 구단을 떠났다. 그리고 오늘(5/17) 연변축구협회 비서장을 맡고 있던 리동철이 그 자리를 잇는다는 통지가 떴다. 팬들은 모두 놀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설상가상으로 박 감독이 오른팔을 잃어버리지 않나 걱정 어린 눈빛이었다. 박성웅 단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겪어본 팬마다 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 않았는가. 그는 진심으로 팬을 대했고 묵묵하게 박 감독을 보좌한다는 인상을 팬들 머리 속에 각인시켰던 인물이다. 이 글을 빌어, 연변팬들 마음속에 늘 따뜻한 아버지 모습으로 남아준 박성웅 단장께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 자리를 계승하는 리동철 신임 단장이 어떤 실무적인 능력과 이미지를 보여줄지 팬들은 지켜볼 것이다. 솔직히 팬들의 첫 반응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그의 커리어가 공식적인 자료로 구단 홈페이지에 떠도, 세간에는 ‘팬들 시각에서의 이력서’가 동시에 떠돌고 있음을 신임 단장은 기억해야 한다. ‘미덥지’ 않지만, 팬들이 그나마 한숨을 가다듬고 관망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가 박태하 감독을 ‘발탁’한 장본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오직 그것 하나만 보고 일단 신임을 보내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리동철 단장은 박태하 감독을 잘 보좌해야 한다. 함께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 전 세계 각지에 널려있는 연변팬들한테 존경받는 단장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연변축구가 발전하는 길에는 언제나 변화무쌍한 변수가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오늘도 새 단장 부임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그러한 변수는 때로는 악마의 농간처럼 가는 길을 방해하는가 하면, 때로는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굵직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게 하기도 한다. 연변축구가 올 시즌 어떤 귀결을 보일지 누구도 모른다. 당장 내일이라도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찾아올 수 있기때문이다. 이왕이면 천사의 미소로 연변축구가 가는 길을 지켜줬으면 좋겠지만, 팬들은 경기 내적 외적으로 변수라는 ‘수 싸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나치게 팀을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며 각종 변수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 연변축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자산이란 곧, 드팀없이 연변축구를 이끌어갈 박태하 감독과 변함없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든든한 연변팬들이다. 이들은 연변축구에 들이닥칠 수많은 변수를 불식시킬 자산이며, 동시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상수’이기도 하다. 이제 상수는 상수대로, 그 본분을 지키며 묵묵히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연변축구를 둘러싼 수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일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단 우리가 명기해야 할 것이 있다. 박태하 시대의 연변축구사에 있어서 상수를 이길 변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홍용일

사진=위챗 췬 ‘하얀 넋, 붉은 얼’

©재일 조선족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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