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JFA칼럼】연변축구, 변화를 통한 새 희망을 쏘다

KCJFA 칼럼 =박천일, 홍용일 기사입력 2017. 7. 5

 

  악전고투 끝에 드디어 시즌 2승을 가져왔다. 그것도 시즌 전반기 제일 마지막 경기에서. 그것도 슈퍼리그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를 달리던, 암묵적인 잔류경쟁 상대로 인식되던 귀주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원정승리를 장식했다. 선수단은 물론, 연변팀을 사랑하는 모든 팬이 머리를 들지 못했던 지긋지긋한 무승의 늪에서 우린 또 한 번 한 줄기 희망의 서광을 보게 되었다. 오늘 칼럼에서는 적당한 편폭을 들여 경기 전 훈련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부분과 우리가 귀주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요인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 경기 전 ‘암운’

경기 전 훈련을 지켜봤던 필자에게, 귀주전 준비과정은 썩 희망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팀’이니 항상 뭔가 기대하는 마음은 있고, 거기에 현실적인 우려가 겹쳐서 뭐라고 한마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멜랑콜리” 그 자체였다.

지난 주중 홈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박태하 감독은 여전히 스리백을 중심으로 전술훈련을 가동했다. 미드필더진에는 U23 선수 리룡과 지충국이 주전으로 뛰고 최근 주전 자리를 잡기 시작한 최인과 부상에서 돌아온 리호걸, 손군 선수가, 그리고 공격라인에서는 스티브와 김승대가 선발을 위한 경쟁을 벌였다. 최근 연패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팀 내 훈련 분위기는 다운되었고 훈련 경기였음에도 세밀한 패스가 이어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속출했다. 큰 소리로 호응하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나와야 할 훈련 과정에 짙은 암운이 깔려있었다.

우리 선수단은 이렇게 귀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경기 1시간 전에 선발명단이 나오면서 팬들은 또 한 번 심장이 덜컹하는 경험을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만 느껴왔던 주전 키퍼 지문일이 서브로 배치된 것이다. 그와 관련 각종 ‘이적설’이 팬 커뮤니티에서 떠돌았고 팬들은 ‘우리의 믿을 맨’ 지문일의 부재와 미래의 행보에 깊은 걱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언제까지나 기우에 불과했다. 경기 전의 수많은 불길한 징조에도 불구하고 연변팀은 악전고투 끝에 원정에서 소중한 시즌 2번째 승리를 가져왔다. 그야말로 천길나락과 극락세계를 오르내리는 경기 속에서 팬들은 연변축구가 가져다준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팬들이 직접 중계화면을 통해  지켜봤고, 경기 후 여러 언론기사를 통해서 상세히 보도되었으니 굳이 상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그럼 각종 불안한 요소를 극적으로 이겨내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요인은 무엇일까.

# 승리요인 1, 2, 3, 4

1: 선수들의 투지와 책임감

일단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부터 승리에 대한 우리 선수들의 절박함과 의지가 확연히 드러났다. ‘의욕상실’, ‘투지박약’은 모든 팬의 경기 전에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근심은 팬들의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는 경기 시작이었다. 오랜만에 선발 명단에 오른 ‘새로운’ 얼굴들로 진영에 변화를 가져오며 경기 운영을 함에 있어서 보다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오랜만에 ‘연변축구’다운, ‘조선족 축구’다운 경기를 본다는 느낌이다. 어제 경기에서 미드필드라인은 모두 조선족 선수들로 구성됐다.

2: 박 감독의 승부수=쌍용(双傭)수비

시즌 전반기 부상으로 장기간 팀을 이탈했던 니콜라가 세간에 나도는 ‘교체설’을 불식시키며 헝가리 투사 구즈미치와 함께 ‘쌍용수비’라인을 구성했다. 이는 연변팀이 가동할 수 있는 최강의 센터백 콤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세세한 부분에서 간혹 개인적 실수장면이 연출됐지만, 스리백 체계는 전례없는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최인과 리룡이 부지런히 사이드로 오르내리며 수비에 가담하고, 지충국과 손군의 금지구역 외곽 보호도 철저했다. 원톱 포지션을 소화하는 스티브마저 중앙선을 넘나들며 전방압박을 가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문득, 전 한국 국가대표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수비형 윙어’라는 독보적인 포지션을 창출하며 퍼거슨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 선수들도 나름 완벽하게 ‘수비형 원톱’, ‘수비형 윙어’, ‘수비형 공미’를 소화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 반대의 의미에서 한광휘 선수는 최근들어 인상적인 ‘공격형 윙백’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3. ‘포스트 윤빛가람 시대’의 중원

연변축구가 보유했던 전천후의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전형적인 10번,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고전적인’ 미드필더에 가까운 유형이다. 천재적 재능을 갖춘 중원의 절대적인 ‘키맨’이라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슈퍼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우리팀의 에이스임은 분명했으나 능력이 출중했던 만큼, 그리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수록 동료들이 그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많았던 것 같다. 이쯤 하면 ‘윤빛가람 패러독스’라 해도 어폐는 아닌 듯싶다.

특히 올 시즌 들어 고전을 거듭했던 경기를 보면, 윤빛가람에 대한 상대 팀의 견제가 지난해보다 확연히 심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윤빛가람에 대한 집중 마크가 들어가면 가뜩이나 단조롭던 공격 루트는 더욱 활기를 잃어버린다. 에이스에 치중된 우리 팀의 민 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믿을맨’을 잠시 보내고 나니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선수들의 의지와 투지가 살아나며, 더욱 심플하게, 더욱 빨리 전방에 공이 연결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손군, 리호걸, 지충국 등 중앙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들의 활약이 남은 시즌에서 연변축구 컬러를 결정해줄 것으로 보인다.

4. ‘티케’(행운의 여신)의 강림

지난 시즌부터 지지리도 ‘운’과 거리가 멀었던 우리팀 한테 드디어 강력한 행운의 여신이 키스를 하사하셨다. ‘운도 실력’이고, 필드 위 선수들의 투지와 노력을 전제로 운도 따라온다고 하지만, 이렇듯 강렬하게 ‘초자연’ 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운이 좋았던 경험은 전무했던 것 같다. 팬과 선수단 모두 하나로 뭉쳐 진심을 만들어가는 연변축구는 신도 저버리지 않나보다.

 

 # 사랑에도 ‘절제’가 필요한 시기, 그러나 뜨거운  7월이 시작되었다  

여러 언론에서도 피력했지만 귀주전 승리는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류청기자 인터뷰기사(링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지만, 패전을 거듭하면서 박태하 감독이 겪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동안 박 감독은 선수단을 진두지휘하는 총수로 성적부진의 모든 압력을 감당해야 했고, 구단은 구단대로 ‘이런 상황에 용병을 왜 아직도 영입하지 않느냐’는 팬들의 성화에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팬심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분위기 형성이 ‘사랑을 핑계로 본인만 좋자고 하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닌지 한번쯤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류청 기자가 쓴 이적 관련 기사(링크)에서도 알 수있다시피 용병 영입은 상당히 세심한 조율이 요구되는 작업이며, 선수가 유니폼을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오피셜이 뜨기전까지는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고난이도’ 과정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웨이버 상의 연변축구 관련 일부 ‘大V’는, 은연중 용병영입에 너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댄다고 우회적으로 구단을 비판했다. 물론 그가 겨누고 있는 창끝은 박 감독이다. 겉으론 열정적인 연변축구팬 행세를 하며 지난 시즌엔 김승대를 중용하던 박 감독을 향해 ‘승대 어버이’라며 배후에서 비꼬기도 한 자였다. 문제는 이런 흑심을 품은 자들이 소위 ‘내부소식’을 잘 아는 척하며 ‘기술적’으로 팬심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그들은 노골적으로 정보(심지어 불확실한) 를 공개하지도 않으며 그 누군가를 향한 직설적인 비판도 하지 않는다. 수많은 연변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알고 싶은 욕망’과 ‘알 권리’를 행사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를 ‘기술적’으로 이용하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뿐이다. 소위 ‘내부소식’에 귀를 세우고 물어보고 알려주며 분위기를 확산시켜가는 우리 자신도 어느 순간부터 연변축구에 해악을 끼치는 일부 ‘大V’의 ‘공범’으로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그래서 온갖 루머가 빗발치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넘쳐나는 정보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가령 연변 축구에 필요되는 용병영입 상황에 대해 아무리 궁금하고 조바심이 나도, 현재와 같은 특수시기에는 나의 관심이 ‘욕심’이 아닌지, 혹은 그 욕심이 구단의 일부 계획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폐’가 되지 않을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일부 확정되지 않은 소문에 대해서는 팬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굳이 확산시킬 필요도 없다. 루머가 루머를 낳고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양산하는 악순환은 이렇게 ‘자그마한 시작’에서 초래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 싶은 욕망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사랑에 빗댄 관심’은, 결국 나만 좋자고 한 ‘이기적인 사랑’이었음을 연변축구를 통해 실감하는 요즘이다.

어쨌든, 결과가 100%로 대변되는 경기에서 우린 승리를 거뒀고, 새로운 용병도 곧 합류되는 이 시점에서 연변 축구는 또 한 번 희망의 서광을 보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바라는 희망사항 하나 제언하고자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박태하 감독은 모든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기초에서 연변 팀 전력에 가장 적합한 용병을 영입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터다. 하지만 그 최선이, 우리와 같은 중소구단에서는 모든 팬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구단의 소위 특급용병처럼  ‘최상’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최선이 최상이 아니지만, 최선을 다 하고 있을 우리 감독님과 구단을 우직하게 믿고 기다리고 지켜주는 우리 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전반기 시즌이 끝났다. 우린 승리로 그 마지막을 장식했다. 물론 남은 시즌에도 험난한 노정은 계속되겠지만,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연변축구가 있으니 이 또한 더할 나위 없는 복이 아니겠는가. 우리에게 살며시 다가온 행운의 여신이, 지금 이대로 우리 옆에 살포시 머무시길 바란다.

바야흐로 뜨거운  7월이 시작되고 있다.

 

글: KCJFA 칼럼 필진=박천일, 홍용일

사진: 길림신문, 연변부덕 축구구락부

@재일조선족축구협회=KCJFA


저작권을 존중합시다. 본 협회 컨텐츠는 상용 목적이 아니라면 어디든 전재(転載)가능합니다. 단, ❶컨텐츠 작가 이름, ❷출처(=재일 조선족 축구협회 KCJFA), ❸기사 링크(=URL)는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