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JFA 칼럼】CSL 2년, 연변 축구의 변화와 과제

리명권 (2017.11.18)

2017년 11월 4일 연길시 인민경기장,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연변팀의 파란만장했던 슈퍼리그 려정은 그날로 당분간 매듭지었다. 십수년간 하부리그에서 전전하던 연변팀이 슈퍼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2년동안 반짝 빛을 내고 또 다시 갑급무대로 복귀하였다. 비록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변팀이 중국축구계에 남기고 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였다. 돌이켜보면 연변팀은 승격의 기쁨에서 강등의 아픔에 이르기까지,  2년이란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 체제로부터 벗어나

연변팀은 예로부터 체제축구(体制足球)의 타이틀을 떼지 못했다.지난 몇십년을 그래왔고, 프로화의 개혁 물결 속에서도 자체의 불리한 요소때문에 시도조차 할수가 없었다. 연변팀은 마치 망망한 자본주의 바다의 외롭고 작은 사회주의 돛단배 마냥 위태로운 항행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현 체제로는 시간이 갈수록 발전은커녕 생존조차 힘들어질것 또한 사실이였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대범한 개혁이 절실했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부덕그룹과의 협력은 갈증에 허덕이던 우리에겐 마치 가뭄의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연변팀은 진정한 프로구단으로 향한 힘찬 첫 발걸음을 내디딜수 있었다. 정부의 후원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올해 부덕의 불가항력(不可抗力)상황으로 인해 지원이 끊겼음에도, 선수단  월급과 경기수당을 체불안한것은 빈민구단으로선 가히 기적이라 말할수 있다. 수년전과 너무나도 대조되는 현황이다. “지금의 패턴으로 정상운영하면 구단에서 정부에 손벌릴 리유가 없다”는 모 구단인사의 말이 생각난다. 하긴 이미 돈으로 지배된 중국축구는 더이상 정부의 미약한 지원으로 지탱이 안되니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죽든 살든 프로화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야 한다.

수년전의 행정축구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근 2년동안 우리가 얻었던  탈체제의 경험과 노하우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또다시 행정권이 개입되면 연변축구는 나락으로 떨어질게 뻔하다. 연변팀이 올 겨울 새로운 스폰서와 손잡을수 있게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2. 독보적인 아우라

멋진 경기력과 신사적인 플레이는 박태하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 연변팀에게 자주 붙여졌던 수식어다. 지난 2년간 비매너 플레이, 부당 징계, 편파 판정 등으로 인해 더러워 질대로 더러워진 슈퍼리그속에서 연변팀은 마치 진흙탕 속의 물들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은 한송이 깨끗한 련꽃과도 같았다. 흙탕물의 더러운 냄새는 련꽃이 피는 그 시점에 스스로 품어내는 향기로 인해 냄새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연변팀은 슈퍼리그 등장과 동시에 시선을 강탈하는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으로 중국축구계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아우라를 발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포츠맨십보다 결과를 더욱 중요시 하는 중국축구 대환경속에서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침대축구를 거침없이 해온 연변팀이 전국팬들부터 높은 인정을 받을수 있었던것은  “스포츠는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라는 박태하의 축구철학이 큰 영향을 끼쳤다. 페어플레이에 신경쓰다 보면 승부를 놓치기 쉽다고 축구선수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심판 몰래 반칙을 해서라도 이겨야한다고 광주항대의 류건같은 선수들은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룰을 지키면서 하는게 오히려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중국축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할수 있다. 올해는 다방면의 원인으로 강등했지만 그라운드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팬들도 즐거워하는, 그러면서 스포츠맨십이 살아있는 축구를 내년에는 우리선수들이 꼭 보여줬으면 좋겠다.

3. 식어버린 축구열기

일전에 모 커뮤니티에 추억속의 사진들을 공유한적이 있다. 공유하게 된 계기는 시즌초 구단의 입장권 가격 상향조정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사진내용은 대개 2000년대 각시즌 연변축구팬들이 담긴 모습들인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경기장에 팬들이 별로 없다는것이다. 올해 연변팀의 홈장 전적은 박태하가 팀을 이끈 이래 가장 나쁜 한해다. 시즌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옛 사진속 풍경을 심심찮게 볼수가 있었다.

이쯤되니 궁금한게 생겼다. 연변축구의 호황기는 90년대다. 갑A성적을 보면 솔직히 내세울게 별로 없다. 위풍당당했던 97년에도 우리는 지는 경기가 이기는 경기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은 왜 경기장으로 발을 옮겼을가? 마치 명절과도 같은 전사회적인 축구열기때문이다. 100년이라는 축구사를 자랑하는 연변의 축구사랑은 각별하다 못해 유난스럽기까지 하다. 어제날의 힘든 시기를 버텨온것도 아마 팬들의 유난스러운 집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연변팬들의 응원파워 또한 가히 핵폭탄수준이다.

“연변팬들이 있는 구역을 지나만 가도 부담이 느껴진다”라고 전 국가팀선수 리철을 비롯한 여러 축구 로장들이 말했을 정도다. 그때는 진정으로 “이겨도 내형제 져도 내형제”의 구호를 행동으로 실천했던 팬들이다. 지금의 연변팀은 그때와 별반 다를게 없는 약팀이다. 허나 적지 않은 ‘연변팬’들이 눈 앞의 성공과 리익에만 급급해하며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 15년과 16년의 ‘기적’ 뒤엔 수많은 팬들이 있었지만 부진의 17년에는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예나 지금이나 팬들의 응원과 함성으로 인해 의욕과 경기력이 요동치는데 말이다. 18년에 연변팀의 부활을 바라거든 일단 경기장으로 오시라. 선수들에겐 꼭 큰 힘이 될것이다.

4. 유소년 군비경쟁

2015년 습근평 주석이 축구개혁을 지시한 이후, 전국적으로 축구에 대한 투자 붐이 일어났다. 막대한 인력과 물력, 재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온갖 수단을 리용하여 유소년 축구실력을 끌어올리는 타구단에 비해 연변팀의 유스시스템은 전면적으로 뒤처졌다. 근년래 각 년령별 선수단의 대회 성적을 보면 우리는 그냥 ‘동네북’에 비유해도 할말이 없다.

다행히 최근년간 연변팀의 성적에 힘입어 가장 골치거리인 선수 모집난의 모자를 간신히 벗어 버렸다. 또한 정부와 부덕의 지원하에 외국구단과의 업무제휴, 유소년 선수 해외파견, 외국인 코치 영입 등 일련의 조치로 하향세를 긋던 유소년 축구가 활기를 얻으면서 암담했던 연변축구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연변지역의 축구인재자원은 연변팀이 독점하고 있었다. 각 현시에서 학생을 주체육학교에 보내고 또다시 연변팀 유스로 들어가는 패턴이였다. 하지만 이러한것도 어제날의 추억이 될지 모른다. 금후의 선수모집 형식은 보다 복잡할것이다. 첫째는 각 현시의 체육학교는 유능한 인재를 주체육학교에 보낼수도 있지만 선수를 타구단에 수출하여 금전보상을 받아 학교운영에 쓰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다. 둘째는 연변북국구락부의 선수 쟁탈이다. 두 팀 모두 지역선수로 팀을 구축하는데 유능한 선수는 당연히 ‘뜨거운 감자’가 될게 뻔하다. 셋째는 일부 민간 축구클럽에서도 선수 쟁탈에 참여한다는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변팀의 자원 독식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므로 연변팀은 주동적으로 출격하여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있게끔 보다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이 성과를 낼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시급한 과제다.

5. 도넘은 비난 삼가해야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꼭 말하고 싶었다. 우리선수들은 멘탈이 약하다. 욕설과 비방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쉽게 받는다. 그에 따른 후과는 경기력 부진과 자신감 상실이다. 비난의 초점이 되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실수했을 때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좌절감과 랑패감, 또 그 후의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플레이, 자신감을 잃어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가 ‘동구제’라는 중국 최대의 축구 커뮤니티 연변팀 쵄주를 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었다 . 선수들도 애용하는 커뮤니티에 욕설과 인신 공격 문화를 차단하고 싶었다. 기대감에 비해 아쉬움이 컸던 걸까? 올해 각종 커뮤니티에는 선수들이 감당하기 힘든 비난과 조롱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또한 활약한 선수와, 그에 비해 활약이 미비했던 선수들을 비교하며 깎아내리기 바쁜 모습이 자주 보였다. 자신들의 욕설이 마치 정당하다는듯한 주장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시즌권 혹은 입장티켓을 끊고 경기장에서 팀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팬이라면, 당연히 구단에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 단, 비판과 비난은 구분해야 한다. 나는 철저히 비난을 비난한다. 비난과 조롱으로 일관하는 자세는 우리 선수들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명의 사람으로서도 비난과 조롱은 상처만이 남는 아픈기억이다. 도 넘은 비난과 조롱 보다는 응원과 객관적인 비판이 선수들을 더욱 성장시키는 활력소가 될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변축구 문화가 날로 성숙해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연변팀의 슈퍼리그 려정은 잠시 끝났다. 슈퍼리그에서 내려왔다하여 자만은 절대 하지말길 바란다. 2년이란 시간동안 우리가 얻은, 여타 갑급 팀한테 없는 슈퍼리그 경험을 잘 살려 내년엔 꼭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해줬으면 한다.

글= 리명권

사진=풋볼리스트, 길림신문

©KCJFA 재일 조선족 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