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시선】축구 실력, 기술이 아니라 생활이다

[풋볼리스트] 선수들과는 다른 의미지만, 축구를 업으로 삼은 관계로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선수의 실력에 대한 것이다. ‘누가 누구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느냐?’와 같은 류의 질문이 가장 많다. 물론, 난감하다. 게다가 질문하는 이가 가정을 섞어서 물어보면, 더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박지성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아?”

 

이런 질문을 들은 적도 많다.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본다. 사실 다른 선수 이름이 박지성 자리에 들어가면 별다른 답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위와 똑같은 문장으로 질문을 하면 답을 하도록 노력(물론 친한 경우에만)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라고.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을 제외하고는 박지성보다 나은 실력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라고 설명한다.

 

실력은 개량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실력은 한 순간을 잘라서 평가할 수 없다. 누구나 잘 할 때의 모습은 조금 과장해서 펠레나 마라도나가 부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 주느냐다. 감독들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에이전트들이 제공한 DVD만 보고 믿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하는 모습을 엮어 놓으면, 어떤 선수든 실력이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고, 그런 의문을 갖는 지 이해한다. 그라운드에서 반짝이다가 한 순간에 사라진 선수들, 그 빛을 빨리 잃은 선수들 그리고 불의의 사건(혹은 사고)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선수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글을 쓰면서 잠시 생각해봐도 “아 저 선수 재능이 정말 아깝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그 많던 축구천재들은 다 어디로 갔나”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게 떠올린 대부분의 선수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악동이었거나, 아니면 생활이 좋지 못했거나. “잉글랜드에서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가자(GAZZA)’ 폴 개소코인도 이런 류의 선수다. 만 16세의 나이로 뉴캐슬유나이티드에 입단했고, 20대 초반에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준결승까지 출전했다가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술이 발목을 잡았고, 꽃을 완전히 피우지 못하고 은퇴했다.

 

박지성의 비교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천수도 마찬가지다. 이천수는 분명 박지성보다 기술이 좋은 측면이 있다. 빠르고, 프리킥도 잘 찼다. 하지만 유럽에 두 번 진출해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향수병을 이겨내지 못했고, 그를 둘러싼 사건 사고도 많았다. 현재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지만, 축구팬들이 기대한 이천수의 모습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스페인에서 실력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한다”

 

이천수가 필자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천수의 레알소시에다드 시절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첫 경기에서 골만 넣었어도!’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이천수는 실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왜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산전수전 다 겪은 이천수는 실력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 힘들었었다. 그런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적응을 못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겠나.”

 

차범근 전 감독을 제외하곤 박지성보다 나은 선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팀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뛰었다. 날고 긴다는 잉글랜드의 유망주들도 그렇게 오래 뛰기는 쉽지 않다. 박지성은 타지에서 향수병과 보이지 않는 장벽들을 극복했다. 박지성은 그라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거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박지성은 축구를 위해 단순한 삶을 택했다. 좋아하는 술도 시즌 중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30대를 넘긴 선수들을 만나면 으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서른 넘어서 근육부상을 많이 당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술을 좋아하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 하지만, 이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운동 선수가 술을 좋아하면, 다시 말해서 생활이 단순하지 못하면 부상과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라운드에서 10km 이상을 뛰어야 하는 이들이다. 대부분을 빠른 속도로! 예외는 있지만, 선수생활을 오래한 이들치고 생활이 단순하지 않은 이들을 찾기 어렵다.

 

부상은 그나마 나은 장애물이다. 아예 그라운드에 서기 어려워진 이들도 많다. 승부조작으로 축구계에서 퇴출된 선수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그라운드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많다. 신체능력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강수일도 그런 선수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됐지만, 도핑과 음주운전으로 두 번째로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아직 선수생활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전성기에 그라운드에 설 수 없게 됐다.

 

종합해보면, 실력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우리가 소위 실력이라고 불렀던 것은 사실 실력이 아닌 축구기술에 불과했다. 축구기술은 선수의 실력 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 그 기술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기복 없이 보여주려면 생활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 생활이 제대로 돼야 좋은 실력이 나오고, 생활이 곧 실력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차범근 전 감독과 박지성이 “실력있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지녔어도,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하거나 그라운드에서 뛸 자격을 얻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축구 선수의 모든 생활이 축구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팀장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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