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 스스로 무너진 연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잘하는 상대에게 지면 기분이 복잡해지진 않습니다. 상대가 잘하지 못했을 때 패하면 생각할 게 많아집니다.

5일 저녁이 그렇습니다. 연변은 심천과 한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고도 1-2로 졌습니다. 전반에 경기를 잘했고, 상대를 한 명 몰아내고도 패했습니다. 상대가 잘해서 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가장 아픈 방식으로 넘어졌습니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너지는 게 축구입니다. 연변은 오늘 이렇게 무너졌습니다. 전반에 바뀐 전술과 전략을 잘 이행하면서 강팀에골을 넣었습니다. 리강이 골을 넣은 뒤 흐뭇한 표정을 짓는 박태하 감독에게 안길 때까지는 모든 게 좋았습니다. 상대 선수가 퇴장 당할 때까지도 대승을 예승한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지키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몰아붙일 때는 힘과 열정만 가지면 되지만 지킬 때는 영리함과 함께 정신적인 강인함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변은 지킬 때 가장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왔었습니다. 시즌 개막전에 선제골을 넣고도 마치 지고 있는 팀처럼 경기를 했었던 걸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정신적인 부분을 언급하며 투지가 약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투지와 정신력은 똑 같은 말이 아닙니다. 한 골을 먼저 넣고도 불안해지는 게 문제입니다. 상대가 더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더 급해지기 때문에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심천을 상대로도 전반과 후반이 완전히 달라진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합니다.

실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한 선수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 단체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려서 누군가를 탓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선수를 탓하고 분노를 표한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선수가 끊어지기 쉬운 약한 고리가 되기 쉽습니다. 조직이 지닌 문제는 가려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책임은 감독에게 있습니다. 3연패 입니다. 경기력이 나쁘지 않다고 해도 프로는 결과로 말합니다. 결과를 지고 가야 할 이는 감독입니다. 지휘봉을 들고 결정을 내리는 이가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심천 선수들이 완전히 내려서서 어찌할바를 모를 때 답을 줘야 하는 이도 감독이었습니다. 선수들에 길을 열어주지 못한 셈이 됐으니 짐도 감독이 져야 합니다.

3연패를 당했으니 이제 그 빚을 갚을 이도 감독입니다. 연변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큰 변화를 줬습니다. 지금까지는 4-4-2 포메이션을 쓰더라도 다이아몬드 형식으로 뛰었습니다. 이날은 달랐습니다. 김파와 최인을 측면에 넣은 4-4-2를 썼습니다. 의욕적으로 기용한 리강도 좋은 모습을 보였고, 김파와 최인도 공격적으로 좋았습니다. 전반에는 희망을 봤습니다.

박 감독과 코치들은 다독이든 강하게 다그치든 남은 4연전에서 이날 전반전 같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빛이 순간에 그치면 빛에 불과합니다. 빛이 계속 이어져야 날이 밝습니다. 비관이나 냉소 그리고 분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쓰디쓴 패배로부터도 뭔가를 얻어야 합니다.

감독도 선수들도 자신을 좀 더 믿어야 합니다. 스스로 무너졌으니 스스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설 수 있게 힘을 보탤 이는 팬들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