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 100경기 인터뷰] 박태하 “연변 4년, 행복한 기억이 훨씬 더 많다”

류청 기자=풋볼리스트 기사공개:2018/5/8 19:00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매번 다음 경기만 생각하니까 알 수가 없죠…”

숫자는 차갑지만 그 뒤에 숨겨지는 내용은 뜨겁습니다.

한 팀에서 100경기를 치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중국 프로리그(슈퍼리그, 갑리그)를 기준으로 선수가 100경기를 치르려면 세 시즌 동안 모두 뛰고 네 번째 시즌도 개막전부터 10라운드까지 뛰어야 합니다. 감독은 더 어렵죠.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팀을 자의든 타의든 떠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감독도 중국 무대에서 버티긴 어렵습니다.

2015년 조용히 연변에 자리 잡은 박태하 감독은 오는 9일 베이징베이쿵과 하는 ‘2018 중국 갑급리그’ 10라운드에서 백 번째 리그 경기를 합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죠. 2015년 기적 같은 갑급리그 우승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불꽃은 금방 사그라지고, 열광은 금방 식기 마련입니다. 프로 세계에서는 지속이 열광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렇게 됐나요? 처음에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박 감독은 4년 동안 희로애락을 다 겪었습니다. 기적 같은 우승과 2016시즌 슈퍼리그 9위를 할 때만해도 기쁨만 있을 줄 알았었죠. 이후 이어진 2017년에는 쓰라린 강등을 맛봤고 2018년에는 초반에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큰 위기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박 감독이 경질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던 시기가 있었고, 박 감독이 스스로 옷을 벗으려 했을 때도 있었죠.

100경기는 감독 혼자만의 기념물이 아닙니다. 감독과 선수, 구단 그리고 연변의 특별한 팬들이 만든 의미 있는 기록입니다. 현실을 떠날 수 없기에 현재 성적 때문에 박태하라는 이름이 논쟁의 대상이고 100경기 의미가 희석될 수도 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이런 기록이 얼마나 값진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연변 역사에 100경기 이상 한 감독은 고훈, 리호은, 고 정지승 세 분뿐입니다.

100경기 기념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박 감독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말을 아꼈습니다. 그는 “정말 몰랐어요”라며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는지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던 연변 부임 그리고 기적 같은 우승과 안타까운 강등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지 않았을까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감독이 가질 수 있는 낙이 뭐 있습니까? 결국 선수들이 잘 따라주는 게 가장 좋은 일입니다. 연변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행복한 기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도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죠.”

현실에 사는 감독은 100경기 자체를 바로 기념하기는 어렵습니다. 성적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글과 말로 먹고 사는 저나 기념할 수 있는 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박태하와 함께한 리그 100경기는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연변이 자랑할 축구 유산으로 남을 겁니다. 그 기간 동안에 연변과 동포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알고 느끼셨을 겁니다.

몇 년 뒤에 몇 경기만 져도 감독을 자르는 다른 팀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박태하와 100경기를 함께 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축구의 희로애락을 그와 함께 맛봤다. 축구는 잔인하지만 아름답다”라고요.

5월 9일 베이징베이쿵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박수를 한 번 쳐주셨으면 합니다. 감동과 눈물 그리고 분노와 좌절을 맛 본 여러분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박수 중 한 번쯤은 박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에게 주셔도 좋지 않을까요.

덧) 특별한 날이고, 특별한 글이니 제 생각도 오솝소리 덧붙여 보려고 합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연변, 연변의 박 감독(그의 그림자였던 코칭스태프 그리고 김혁중 분석관 포함)을 알게 된 이후 축구가 조금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진/기사=류청기자(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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