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 간절한 그대, 승점 3점 받을 자격이 있다

류청기자(풋볼리스트) 기사 공개: 2018/5/10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최인아!”

사실 이런 날은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이미 90분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과 기쁨과 분노 그리고 배신까지 맛보고 해탈하셨으니까요. 오늘따라 중계가 잘 나오지 않아 페널티킥으로골을 내줬을 때는 문자로만 그 소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졌다면 그 판정을 보기 위해다시 하이라이트를 뒤적였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죠?

 

박태하 감독이 치른 리그 100번째 경기였습니다. 모두들 이기길 바랐으나 저는 내심 비기면 100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베이징베이쿵이 잘하는 팀인데다 선수들이 무조건 이기겠다고 하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경기 전 김룡 길림신문 기자에게 “비기면 좋은 거죠”라고 말했더니 “이겨야죠”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너무 현실적이 됐었나 봅니다.

 

승리했지만 경기력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잘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공이 뜬 순간 집중력을 잃어 실점 위기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공격적으로 나가는 패스를 자신 있게 보내지 못해 역습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겼습니다. 간절함이 승점 3점을 가져왔습니다. 경기 내내 제게 가장 크게 들린 건 공 차는 소리가 아닌 코칭스태프 고함이었습니다.

 

“내려와!”“멀리차!!”“천천히 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간절하게 부르니 선수들도 이에 답했습니다. 선수들은 감독이 지시한 전술적인 부분을 이행하기 위해 쉬지 않고 뛰었습니다. 지난 2015년 연변이 잘하는 비결을 물었을 때 김혁중 분석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해요. 감독님이 (상대공격수를)  물라면(밀착마크) 정말 물어요.”

이날 경기에서도 그런게 보였습니다.

 

상대는 연변이 가장 까다로워 하는 공격 조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힘 있는 장신 스트라이커 2명이 있었고 슈팅이 좋은 공격수(골 넣은 선수)도 있었습니다. 연변은 이 두 선수가 발 밑에 공을 잡아두지 못하게 괴롭혔고, 측면에서 올라오는 긴 크로스도 잘 차단했습니다. 공을 빼앗으면 상대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이 움직임이 골을 만들었죠.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축구를 하지 않고 박 감독이 바라는 연변 축구를 했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라도 팀 플레이를 하면 웬만하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어려움 속에는 선수들이 팀보다 자신을 내세웠던 면도 있었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고 썼던 이유기도 합니다. 오늘만큼은 달랐습니다. 선수들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최인이 해트트릭을 했습니다. 최인은 직접 지켜본 전지훈련에서 가장좋은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당시에는 자일도 없었기 때문에 최인이 없으면 골을 넣을 선수가 없어 걱정하기도 했었죠. 시즌 개막 후 최인과 손군 그리고 김파가 컨디션이 떨어지자 걱정하던 부분이 나왔습니다. 경기력이 좋다가도 더 쓸 카드가 없어 무너지곤 했습니다.

 

경기 전 최인이 자일 반대편에서 비슷하게만 흔들어준다면 기회가 생길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자일에 수비가 쏠릴 수밖에 없으니 그걸 최인이 파고든다면 기회가 날 거라고 봤었죠. 최인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골을 넣은 것은 최인이 잘한 것도 있지만 연변 공격이 그만큼 다양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잔칫날 웃기는 쉽지 않습니다. 잔칫날은 비도 많이 오고 음식에 대한불평도 많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상이 엎어지기도 하잖아요. 오늘은 다릅니다. 상 차림도 준수하고 날씨도 좋은 것 같습니다.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오솝소리 물러가야 하는데 맵짜게 한번 써보겠다고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늘어놨습니다.

 

어제 쓴 글처럼 이제 박수를 칠 시간입니다. 먼저 엄청난 시간을 함께 한 여러분에게 박수, 연변에 조용히 와서 100경기를 치른 박 감독에게 박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박수. 오늘은 스스로 위로하고 주위 사람도 한 번 안아줘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간절함이 감독과 선수들에게 전해졌을 겁니다. 세상에 이런 팬은 또 없으니까요.

기사=류청 기자(풋볼리스트)

사진=길림신문, 연변부덕구단

©️KCJFA 재일조선족 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