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긍정은 분노보다 강합니다

류청기자=풋볼리스트(한국) 취재팀장 기사공개:2018.5.21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폭풍 같은 날이었습니다.

연길에서 보낸 4박 5일을 정리하는데 이보다 좋은 단어는 없어 보입니다. 일정은 짧은데 많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연길시 체육장에서 본 경기와 그 경기를 둘러싼 분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식사와 음주도 역시 그랬습니다.

연길에 가기 전부터 많은 분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박태하 감독이 쫓겨나거나 스스로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계속해서 한끝차이로 패하는 팀 성적에 대한 걱정도 많았습니다. 제가 갑자기 연길을 모종의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거나 미리 알았기에 찾은 게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은 급박해 보입니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분노했고 박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포효했습니다. 박 감독이 좀처럼 하지 않는 말을 하자 팬심도 들끓었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본 이들도 그랬고 인터넷에서 본 여론도 그랬습니다. 리그는 이제 휴식기에 들어갔는데 그라운드 밖에서는 여전히 공이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본 선수들도 그랬습니다. 연변이 고향인 선수들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표현은 조심했습니다. 오영춘은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기도 했죠. 경기장과 숙소에서 만난 리차드 구즈미치와 메시는 좀 더 솔직했습니다. 연변이 가진 것보다 보여준 것보다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워했습니다.

 

다들 분노에 차 있는데 홀로 여유로운 혹은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 감독입니다. 박 감독은 분노에 찬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얼굴이 매우 좋지 않았으나 그 다음날 만났을 때는 다시 웃음을 보였습니다. 점심밥을 먹고 급하게 나서길래 좀 긴장했었는데 침묵을 깬 소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류 기자, 우리 팥빙수 먹으러 갈래요?” (이후 정말 연대앞 로티번에서 녹차빙수를 먹었습니다)

 

분노를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박 감독은 벌써 앞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며 씩씩거리기 보다는 휴식기를 통해 어떻게 분위기를 반전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못해서 졌나요? 아니면 경기력이 좋지 않나요? 아니면 선수들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까? 자일도 언젠가는 터질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난국을 돌파하려는 자기 최면 같은 아닙니다. 박 감독은 다들 아시는 대로 매사에 긍정적입니다. 가끔씩은 너무 대책 없는 긍정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죠. 예기치 않은 암초를 만나도 “그것도 내 팔자라”라고 웃곤 합니다. 가끔씩 저도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긍정 뒤에는 깊은 고민과 철저한 절제가 있습니다. 노력 없는 긍정이 아닙니다.

박 감독은 제 모습을 찾았지만, 연길을 떠나는 순간까지 기분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조금 지났을 때 오른쪽 창문을 내려다봤습니다. 경기장이 보였습니다. 순간 기분이 묘했습니다. 환호와 분노 그리고 아쉬움으로 가득 찼던 경기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경기장과 연길 풍경은 조용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분노는 불과 비슷합니다. 몰아 붙일 때도 필요합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분노는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화가 길어지면 피로감을 줍니다. 불똥이 다른 이에게 튈 수도 있습니다. 긍정은 약해 보이지만 지속성이 좋습니다. 산을 옮기려고 폭탄을 던질 수는 없습니다. 산을 옮기려면 끝없이 파내고 지겹게 흙을 날라야 합니다. 긍정적이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 앞에 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고 이야기를 맺으려 합니다. 다들 침통한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도 힘내자. 힘내자!” 박 감독이었습니다. 마음이 동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는 사람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뛸 수 있습니다.

 

선수와 팬 모두에게 잠시 휴식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나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매몰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도 연변이 가진 능력을 믿고 계시죠?

 

注:류청기자의 오리지널 연변 축구 기사는 재일조선족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와 풋볼리스트 위챗 공중계정에서만 게재됩니다.

기사,사진 제공: 류청 기자(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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