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이 뜨거운 여름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2018.8.4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이 뜨거운 여름과 이 기름진 벌판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너무 쉬운 문제입니다.

여름이 돌아오자 연변부덕이 살아났습니다. 박세호와 오스카가 골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지난 2라운드에 아픔을 줬었던 매주객가를 2-1로 잡았습니다. 아직 다른 팀들이 경기를 다 하지 않았지만 순위도 9위까지 올라갔습니다. 2연승을 하면서 ‘을급으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약한 마음도 날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날씨가 더워서 힘들 거라 걱정했습니다.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2015년부터 본 연변은 여름에 강했습니다. 2017년을 제외하고는 여름에 항상 상대보다 반 발 빨랐고, 한 발 더 뛰었습니다. 기온이야 저 광저우나 상하이가 더 덥겠지만, 더위를 이길 수 있는 힘은 연변만 못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더운 중동 원정을 가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기 애들도 더우면 힘들어합니다. 어차피 정말 더울 때는 나오지도 않거든요.” 우리는 한 여름에도 달려왔습니다. 한 여름에 논일을 하지 않는 농부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제가 농부라면 모를까요… 태풍과 무더위를 견디고 이겨야만 추석에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소리 지를 수 있었을 겁니다.

연변은 더 더운 곳을 연고로 한 매주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 감독도 인정했듯이 전반에 매우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올 시즌 초반에 공격 포인트를 계속 기록했던 박세호가 골을 넣었습니다. 박세호는 꾸준함이 무기인 선수입니다. 이런 선수는 매번 빛나진 않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진가를 보여줍니다. 재능 아닌 열심히 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매주가 밀고 올라왔습니다. 매주가 괜히 2위를 하는 팀은 아닙니다. 이후 연변은 조금 흔들렸습니다. 당시 제가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기에 경기 상황을 전해 들어야만 했습니다. “너무 더위서 질주가 느립니다. 비길 가능성이 큰데요.”라는 답이 오는 순간 조금 웃었습니다. 연변이 이길 조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골 더 내줬다면 모르겠지만 연변이 10분 정도 골을 내주지 않자 확신이 생겼습니다. 상대는 체력을 빠르게 쏟아부어 한 골을 넣으려 했고,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변은 후반 25분부터 조금씩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고, 후반 30분에 골을 넣었습니다. 이번엔 박세호가 띄워준 공을 오스카가 머리로 넣었습니다.

의미가 큰 골이었습니다. 모든 걸 쏟아 부었던 매주는 체념하는 마음이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원정에서, 그것도 그 뜨거운 벌판에서 다시 경기를 뒤집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테니까요. 연변은 다시 승리했습니다. 전반기 마지막에는 승점 1점도 그렇게 어려웠지만 후반기 들어 2연승을 달리게 됐습니다. 축구는 잔인하지만, 가끔 유려하게도 흐릅니다.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다 했습니다. 오스카와 알렉스는 전방에서 공을 점유하며 연변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을 책임졌고, 중앙에서는 박세호와 리강이 제 역할을 했습니다. 오랜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리차드 구즈미치도 노련했습니다. 물론 구즈미치는 자신이 만든 공백을 생각하며 더 노력해야겠지만요.

“제가 무슨 마음 고생을 합니까. 뛰는 선수들이 고생이죠.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다니까요.”

여기 대답이 너무 한결 같아 재미 없는 사람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박태하 감독은 “거기서 경기가 나와요?”라고 물으며 웃었습니다.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애가 났을 사람이지만, 승리 뒤에는 태연했습니다. 여기서 만족할 수도 없고 만족해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진흙탕에서는 벗어났지만 제 궤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급할 이유는 없습니다. 낙관할 이유도 없고요. 2연승을 즐기면서 조금 더 믿음의 크기를 키워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비관적인 마음은 조금 덜어내고, 기대를 갖고 여름의 주인을 지켜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이 밤에 이 여름의 주인이 누구인지 목놓아 부를 정도로는 기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이 여름과 이 들판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덧) 글을 맺으며 제가 좋아하는 이성부 시인의 시를 하나 덧붙이려고 합니다. 제목은 ‘봄’인데, ‘여름’으로 바꿔도 아주 잘 와닿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요.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기사=류청 기자(풋볼리스트)

사진=연변TV  최국권 아나운서

©️KCJFA 재일조선족 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