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L FOCUS] 잔류 넘어 9위…박태하와 연변, 행복한 2번째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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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박태하 연변부덕 감독이 웃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연변은 지난달 30일 항저우뤼청과 ‘2016 중국 슈퍼리그(CSL)’ 최종전을 치러 2-2로 비겼다. 승점 1점을 추가한 연변은 승점 37점으로 리그 9위를 차지했다. 장외룡 감독이 이끄는 충칭리판과 승점이 같고 골득실에서 앞서지면 양팀 간 전적에서 밀렸다. 연변과 비긴 항저우는 15위로 강등 당했다. 홍명보 감독은 CSL 도전 첫 해에 쓴맛을 봤다. 박 감독과 홍 감독은 절친한 친구 사이지만 승부세계에서 우정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잔류에 성공한 박 감독은 다시 한 번 연변 영웅이 됐다. 지난 시즌 기적 같은 우승에 이은 잔류에 연변 조선족 동포 사회는 크게 기뻐했다. 연변 팬들은 경기 다음 날인 31일 상하이에서 박 감독과 연변 구단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팬들이 너무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 감사하게도 좋은 행사를 마련해줬다. 점심부터 와인을 먹었더니 알딸딸하다”라며 웃었다.

박 감독은 2시즌 연속 연변을 좋은 성적으로 이끌며 조선족 동포 사회를 뭉치게 만들었다. ‘풋볼리스트’는 지난주 다른 취재 차 일본 도쿄를 찾았을 때, 재일조선족축구협회 회원들과 우에노에 있는 미미정(비미정)에서 함께 광저우헝다 경기를 봤다. 단체관람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20여 명이 함께 경기를 봤다. 연변이 광저우헝다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기자 환호성이 나왔다. 마홍철 재일조선족축구협회 회장은 “박 감독 덕분에 일본에 사는 동포들도 끈끈해졌다”라고 했다.

“이 친구들이 가진 게 분명히 있다. 1차 목표는 잔류지만, 10위 안에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박 감독은 지난 2월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났을 때 은근히 자신감을 보였다. 연변은 지난 시즌 갑급리그에서 승격한 팀이다. CSL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강도 많이 하지 못했다. 지충국 등 조선족 선수들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로는 하태균(잔류), 김승대, 윤빛가람 그리고 세르비아 출신인 니콜라 페트코비치를 데리고 경쟁에 나섰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강등이 유력한 전력이었지만, 박 감독은 자신감을 보였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연변은 내실 있는 경기로 시즌 초반부터 승점을 쌓았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짧은 패스에 이은 깔끔한 역습으로 CSL에서도 바람을 일으켰다. 개막전인 상하이선화 원정 경기에서 비겼고, 3라운드 베이징궈안을 홈으로 불러들여 첫 승을 거뒀다. 5~7라운드에 3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9라운드 창춘야타이전에서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창춘 경기에서는 침묵했던 김승대가 골을 터뜨리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도 했다.

연변은 7월 9일 상하이선화전을 시작으로 4연승을 거뒀다. 이는 연변 역사상 CSL에서 거둔 최다연승 기록이었다. 잡은 팀도 모두 강팀이었다. 상하이선화, 장쑤쑤닝, 광저우푸리 그리고 산둥루넝까지 잡았다. 당시 연변에 거주하지 않는 조선족들 사이에서는 “4연승 거둘 때 한 번이라도 봤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당시 연변을 상대한 다른 구단의 한 스태프는 “연변은 포기하지 않는 팀이다. 여름에 연변처럼 많이 뛰는 팀을 만나는 건 악몽”이라고 표현했었다.

후반기에는 2연패와 3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승점을 쌓으며 자리를 지켰다. 9월 17일 허베이화샤와 경기(마누엘 펠레그리니 데뷔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둔 게 가장 컸다. 박 감독은 당시 “선수들이 이제 힘이 붙은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번 경기 승리로 한숨 돌렸다”라고 했다. 허베이전 승리 이후 3연패를 당한 이후에도 광저우원정에서 비기고 이어 스좌장을 잡으면서 승격을 확정 지었다.

한국 선수들은 연변 주축으로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김승대와 윤빛가람은 각각 8골을 넣었고, 하태균은 부상과 싸우면서도 3골을 넣었다. 연변에서 2시즌을 보낸 하태균은 스좌장과의 경기에서 잔류를 결정 짓는 결승골을 터뜨린 뒤 눈물을 흘려 팬들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임생 코치와 김성수 골키퍼 코치의 도움도 있었다. 위장룡 사장과 박성웅 단장도 박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도왔다. 이 모든게 어우러져 9위라는 성적이 나왔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이 선수들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욕심도 난다.”

박 감독은 올 시즌을 치르며 젊은 선수들을 발굴했다. 수비수 리호걸과 공격수 김파는 박 감독이 올 시즌 건진 수확이다. 박 감독은 현재 전력을 되도록 지키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경험을 좀 쌓았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더 정교함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며 “좋은 경기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우리 팀이 연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있다. 성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연변 사회는 다시 행복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지난해에는 CSL 도전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고, 올해에는 더 나은 성적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연변 팬들을 무엇보다도 박 감독과 오래 함께하길 바란다. 연변팬 홍용일 씨는 “잔류도 중요하지만 우리 팬들은 박태하 감독과 함께 오래오래 함께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박 감독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축구가 우리 사회 새로운 네트워크 생성과 민족사회 재통합에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풋볼리스트, 길림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