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축구 지도자의 ‘박사과정’ P급 자격증 특별한 이유


[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교수로 따지면 박사 과정이죠.” 거뭇한 수염을 드러내고 취재진 앞에 선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 중인 ‘2016 AFC P급 지도자 강습회 1차 교육’이 “정말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9일 시작해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교육은 축구 지도자로는 최고 과정인 ‘P급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P급 라이선스’는 2016시즌 말미 K리그클래식에 ‘바지 감독’ 논란을 야기하며 주목 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7시즌부터 AFC 챔피언스리그의 참가하기 위해선 감독이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2019년부터는 국가대표팀 감독도 P급 라이선스가 필수다.

#따고 싶다고 다 딸 수 없는 ‘P급 자격증’

왜 진작 따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교육 과정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 P급 지도자 강습회는 햇수로 2년, 만 1년 간 열린다. 즉, 2년에 한번 개최된다. 신청한다고 모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교육에는 국내 지도자 25명, 해외 지도자 3명이 참가했다. 실제로 참가 신청을 한 인원은 국내 지도자가 100명에 달하고, 해외 지도자도 12명이나 됐다.

2년에 한번 열리고, 수강 인원이 제한적이다. 신재민 대한축구협회 교육팀 사원은 “기술위원회에서 그동안의 지도자 교육 이력과 지도자 경력 등을 선별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강습회의 경우 AFC 측이 2016 올해의 아시아 여자 감독상을 받은 홍콩의 찬유엔팅 이스턴SC 감독이 강습회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추천서를 보내 입소하기도 했다.

파주에서 진행되는 강습회에는 찬유엔팅 감독 외에 또다른 홍콩 지도자 추치광, 일본 지도자 이치로 오츠카 등도 참석했다. 신 사원은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P급 강습회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한국의 P급 강습회 인기가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P급 강습회에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와 유소년 대표팀 코치, 노츠카운티, 링컨시티, 리즈유나이티드 등에서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리처드 딕 베이트 잉글랜드축구협회 수석 강사와 잉글랜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비롯해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청소년 대표팀 코치로 활동한 개리 필립스 피지컬 전문가가 강사로 나선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P급 강습회를 들을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신 사원은 “동남아시아는 올해 베트남에서 처음 열렸다. 아직 P급 강습회를 열 만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열리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P급 지도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17년부터 ACL이 P급 자격증을 요구하면서 한국의 강습회에도 신청자가 몰렸다”고 했다.

강습회 참가 신청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자격증 획득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2년 전 열린 P급 강습회에는 총 24명의 수강생 중 2명이 재교육 판정을 받았다. P급 강습회를 두고 참가한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합격과 불합격이 존재하고, 실기 시험과 PPT 발표, 최종적으로 논문 작성이라는 과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상철 울산대 감독이 면도할 시간도 없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10일간 진행되는 1차 교육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실기와 이론 등 수업이 끝난 뒤에는 주어진 과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없다.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강습회가 아니다. 유 감독은 “정말 타이트하다. 하지만 그만큼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기 시험은 ‘4-4-2 포메이션에서의 풀백 활용’, ‘볼에 대한 압박 상황의 대처법’ 등을 4단계 훈련 방법으로 구축한 뒤 평가한다. 1차 강습회를 통해 2차 강습회에서 발표할 프리젠테이션 주제를 확정한 뒤 논문 주제를 정해 3차 강습회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논문은 대게 유소년 육성에 대한 철학이나 프로 감독으로 자신의 철학 등을 정립하는 주제로 구성된다.

#P급 강습회, 철학을 정립하고 디테일을 쌓는 시간

이번 강습회에 참가 중인 이기형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3~4일 정도 했는데 그 동안 알고 있던것에 대해 세세하게 알게 되었고, 알지 못하던 것들에 대해서도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정도로 자세하게 배웠다. 내가 알던 것과 다른 것도 있었다”며 “P급 강습회는 감독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전 과정인 A코스와 비교해서 확실히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A급은 코칭의 기본, 운동장에서 선수들을 집중시키고, 운동하는 것 등에 대해 배운다면 P급에서는 선수들의 심리와 경기 준비, 미디어와 인터뷰 등 팀 빌딩에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해 배운다. 난이도가 높다. 실제 감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성환 제주유나이티드 감독도 “디테일한 면에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배웠다. 전술 전략과 관련된 것을 주로 다룬다”고 했다. P급 과정의 특징은 디테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감독은 “그 전에는 큰 맥락으로만 이해하던 것을 더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술적인 아이디어도 얻었다”고 했다. 유 감독은 “프로 감독, 혹은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갖춰야 하는 부분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P급 과정은 지도자로 자기 자신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다. 선수 시절의 경험이나 코치로의 간접 경험으로 채울 수 없는 깊이를 쌓는 과정이다. 유 감독은 “선수 시절에 감독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밖에서 보고 알았는데, 그 디테일은 몰랐다. 지도 철학과 색깔을 구축하는 부분을 선수를 하면서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디테일하게 철학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P급 강습회에는 조덕제 수원FC 감독, 최윤겸 강원FC 감독을 비롯해 조민국 청주대 감독, 이상윤 건국대 감독, 하석주 아주대 감동, 이영진 전 대구FC 감독 등 베테랑 지도자들도 많다. 이기형 감독은 “같이 공부하면서 서로 교육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경기 운영 노하우도 배우고 있다”며 지도자 간의 교류도 더 활발해졌다고 했다. 유상철 감독은 “나이가 있다고 느긋하시지 않다. 예전 같지 않다. 열정적으로 임하신다”며 베테랑 지도자들도 강습회의 열의가 높다고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참고로 우리 박감독은 벌써 축구감독 ‘박사학위’=P급 지도자 라이센스를 소지하고 있다는 정보 입수. 달리 명장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