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박태하 “감독 3년차, 성공 아닌 행복 바란다”

 

Football Association[풋볼리스트=포항] 류청 기자= “어떡하지, 서울 올라갈 일이 없는데… 한번 내려와서 봅시다”

박태하 연변부덕 감독은 소박하다.

자랑하고 나설만한 상황에서 항상 엉덩이를 뒤로 뺀다. 지난 2015시즌 중국 갑급리그(2부 리그)에서 연변부덕(당시 연변장백산)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6시즌에는 강등후보로 꼽힌 팀을 9위에 올려놨다. ‘CCTV’와 ‘시나통신’도 “색다른 축구를 한다”며 칭찬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거의 고향 포항에만 머물렀다.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리는 P급 강습회에 강사로 초빙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박 감독은 “죄송하다. 아직 내세울 게 없다”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지난 2년을 성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박 감독은 시간 흐름을 거스르거나, 그 흐름을 재촉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성장하며 많은 부분에서 달라지기도 했지만, 박 감독은 그걸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대표팀과 FC서울 수석코치를 맡았을 때보다 말 수가 크게 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편하게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몸가짐을 삼가고 있다.

2016시즌 초반 연변이 강등 후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연변은 500억 원 가까운 돈을 쓰면서도 몸값 비싼 외국인 선수를 찾지 않았다. 대신 하태균, 윤빛가람, 김승대에 감비아 대표 스티브(기존 전력)와 세르비아 전 대표인 니콜라 페트코비치로 팀을 꾸렸다. 지난 1월 불안감을 드러낸 기자에게 박 감독은 “축구는 하모니다. 선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옳았다. 연변은 짜임새 있는 축구로 광저우헝다, 장쑤쑤닝, 상하이선화 등 강호를 괴롭혔다.

박 감독은 이를 성공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는 성공이라는 단어에는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 감독은 “나는 선수들과 연변 팬들에게 혜택을 받았다. 지난 2년은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나도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미 2018년까지 재계약을 마쳤고, 2017시즌 준비를 위한 계획도 짜놓았다. 새로 영입한 최문식 코치(전 대전시티즌 감독)과 함께 더 임팩트 있는 팀을 만들려고 한다.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2017시즌에도 믿을 건 짜임새다. “나는 신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광저우헝다나 상하이선화 선수와 1대1로 싸워 이길 수 없다. 다만 이들을 하나하나 실로 잘 엮으면 우리가 더 강할 확률이 높다.”

다음은 박태하 감독 인터뷰 전문.

-2016시즌도 잘 마쳤다. 전화도 많이 받고, 초대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아직 내세울만한 게 없다. 강사로 불러주신 분들도 있는데 죄송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조용하고 묵묵하게 내 일만 하려고 한다. 너무 숨기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지만, 아직 드러낼 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연변에서 거동에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그 상황을 여기까지 연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웃음). 한 시즌 뛰었으니 조금 쉬고 싶다. 나는 성공한 사람이 아닌 열심히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지휘봉을 잡고 치른 두 번째 시즌은 어땠나. 시즌 초반 강등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참 시간이 빨리 간다. 우리 팀은 정말 잘하는 팀도 아니고, 막 떨어지는 팀도 아니다. 나도 시즌을 치르며 참 재미있었다. 선수들이 조금씩 경험을 쌓는 게 보인다. 선수들이 재미있어 하면 최소다. 얼마 전 오영춘이 인터뷰 한 것을 봤는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은 게 기쁘다’라고 했더라. 감독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이다. 선수가 운동장에서 즐겁게 훈련할 때 기쁘다. 그런 선수가 늘어나면 팀이 강해진다. 이건 전술과 전략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2016시즌 준비할 때 가고시마에서 ‘풋볼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자신 있다”라고 했었다. 그 자신감이 현실이 됐다

건방진 소리였을 수도 있다(웃음). 그건 확신이라기 보다는 믿음이었다. 선수를 믿었다. 지난 시즌승격 한 후 슈퍼리그 경기를 분석했다.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 있고 10위 안에도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며 성장했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효과를 줘야 하는 지 조금씩 느끼고 배웠다. 경기를 준비하는 정신자세가 중요한데 우리 선수들은 그 부분에서 확실했다. 축구가 그렇다. 돌아보면, 나는 선수를 잘 만났다. 이 좋은 시절을 더 오래가게 만들 기틀을 만드는 게 내 임무다. 당장 성적보다는 오래가는 게 중요하다.

-시즌 내내 등락을 거듭했다. 불안함을 견딘 원동력은 어디에 있나?

28라운드 광저우헝다 원정 경기를 돌아보고 싶다. 당시 코치들이 1군을 두고 원정 가자고 했다. 29라운드 스자좡 홈 경기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고민이 많았다. 결국 1군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우리가 쌓아온 이미지를 모두 날릴 수 있다고 봤다. 물론 2군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광저우헝다를 버틸 2군 선수단을 보유하지 못했다. 2군 선수들이 5골이나 10골을 내주지 말라는 법이 없다. 보통 사람들은 연변이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를 믿었다. 광저우헝다에 지면 위험하다는 건 선수가 더 잘 안다. 졌을 때 스자좡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강등될 수도 있었다. 선수들은 이겨냈다. 경기 종료 5분을 앞둔 1-1 상황에서 광저우헝다가 뒤에서 공을 돌렸다. 선수들이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꼈겠나. 우리는 그 경기로 한 단계 더 성숙했다. 그 경기를 보며 중국 전체가 연변을 주목했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연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든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슈퍼리그와 갑급리그는 다르다. 소위 ‘빅네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확신이 없으면 못한다. 믿고 뽑아야 한다. (선수 간) 축구실력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좋은 선수 쓰면 확률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 사정과 살림을 봐야 한다. 비싼 선수를 쓰는 게 내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리 선수들은 많은 돈을 받지 못한다. 몸값이 비싼 선수가 들어오면 위화감이 조성된다. 위화감이란 게 이런 거다. 몸값이 낮은 선수를 데려왔는데 못하면 반감이 적다. 하지만 비싼 선수를 데려왔는데 못하면 손가락질 하고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실패했을 때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걸 생각해야 한다. (질문: 항상 실패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흔들림을 줄일 수 있었나?) 우리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고 편하게 생각한다. 나는 신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광저우헝다나 상하이선화 선수와 1대1로 싸워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하나하나 실로 엮었을 때는 우리가 강할 확률이 높다.

-2016시즌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였나?

허베이화샤와 홈 경기에서 3-2로 역전승 했을 때다. 역전하기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다. 사실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이 부임 후 2경기를 관찰하다가 우리 경기에서 데뷔했다. 우리가 만만하니까 들어온 거다(웃음). 골을 먼저 내준 후에 역전시켰다. 올해 잔류에 가장 큰 분수령이었다. 시즌 내내 등락이 계속됐다. 선수들이 7월에 연승할 때는 누구와 해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으니 이후 자만심이 생겨버렸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난 시즌 갑급리그 첫 경기를 떠올리라고 이야기한다. 상대가 우릴 얕보고 지명했었다. 그때 우리 선수들이 이기려고 몸을 날리며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 기억을 잊지 않으면 프로 생활 내내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중국 매체들은 연변 장점 중 하나로 심판판정에 승복하는 모습을 꼽는다. 하지만, 연변 팬들은 감독이 어이 없는 판정이 나오면 항의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벤치가 흔들리면 선수도 힘들다. 받아들일 건 받아 들여야 한다. 선수단에 ‘판정은 벤치에서 알아알 할 테니 심판에게 절대 항의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해놓고도 가끔은 ‘뭐하냐 좀 들이대지’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웃음). 항의는 전체적으로 봤을 대 옳은 일이 아니다. 감정표현을 하면 팀이 흔들린다. 축구는 한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 심판을 존중하는 게 큰 틀에서는 더 좋은 일이다. 물론 다른 팀들이 가끔 펼치는 침대축구는 정말 아쉽다. 우리는 색깔이 확실하다고 나름대로 평가한다. 플레잉타임이 가장 긴 팀 중 하나다. 이런 부분은 중국축구 발전 위해서도 중요하다.

-심판판정과 함께 한국인 감독을 따라다니는 괴롭히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인 감독끼리 사정을 봐준다는 이야기다

(기자회견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지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최선을 다하는 게 중국 축구에 대한 예의다. 그런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상대가 친구인 홍명보 감독이라도 서로 그럴 수는 없다. 눈에 다 보인다. 팬들이 보고 있다. 항저우와 마지막 경기에서 골 넣고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었다(웃음).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경기는 경기라고 강조했다. 그게 팬들에 대한 예의다.

-2018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 계약 때는 연봉을 구단에 일임한 걸로 안다. 이번에도 그랬나?

이번에는 이야기를 했다. 길게는 안 했다. 합리적으로 자존심만 지켜달라고 했다. 구단에서도 바로 그 자리에서 합의해줬다. 사실 이번 시즌 임종현 조선족자치주체육국장과 우장룡 사장, 박성웅 단장이 많이 도와줬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하다. 2018년까지 계약했으니 이 팀을 특색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감독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재계약 했더라도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연변이 슈퍼리그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연변이 나를 성장하게 해줬으니 나도 연변이 롱런할 기초를 만들어주고 싶다. 연변은 축구에 큰 의미를 둔다. 축구로 인해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활력을 지닐 수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이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팀을 잘 만들어야 한다.

-2016시즌이 끝나고 큰 변화가 있었다. 이임생 코치를 보내고 최문식 코치 맞았다

(둘 사이에) 불화는 없었다. 내게는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했다. 나도 이임생 코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더 좋은 자리로 갔으면 좋겠다. 이 코치도 고생 많이 했다. 좋은 결과를 내고 헤어졌으니 감정도 좋다. (*인터뷰 이후 이임생 코치는 톈진터다 코치로 부임했다) 최문식 코치는 기대가 크다. 아기자기한 축구, 기술적인 부분 발전시킬 좋은 지도자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내게 부족한 걸 채워줄 수 있는 친구다.

-다음 시즌에는 다른 팀들이 더 많이 견제할 게 분명하다

돈 많이 쓰는 팀은 올 시즌 충분히 봤다. 대처하는 법도 안다. 우리만의 장점 최대한 살려서 팀을단단하게 묶을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겨울전지훈련 계획은?

중국 하이난과 스페인 무르시아, 이후에는 한국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2016시즌 앞두고 일본 다녀왔는데 당시에 일본을 처음 가본 선수도 많았다. 이번에도 견문 넓히기 위해 스페인으로 가보려 한다.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 아닌가. 활발한 유럽축구문화도 보여주고 싶었다. 시차적응 등 위험부담이 있지만 얻는 게 더 많을 것 같다. 이미 벨기에 1부 팀과 연습경기 2경기를 잡았다. 총 5경기 정도 하려고 한다. 디나모키예프 등 좋은 팀들이 많이 온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K리그 팀들과 연습경기 할 예정이다. 시즌 개막이 앞당겨지면 조금 더 빨리 중국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2년 동안 감독 생활하며 얻은 건 무엇인가? 조금 더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 조금 편안해졌다. 팀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선수들이 경쟁력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조금 편해졌다. 내년에 조금 더 만들면 올해보다는 더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2016시즌 마지막 3경기를 통해서 좋은 걸 봤다. 긍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상대를 더 괴롭힐 수 있는 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긍정적이다. 이번에도 믿음이 있나?

(성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큰 눈사람을 만드는 데 한 번에 세울 수 없진 않나. 조그만 눈 뭉치 단단하게 다져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 사정상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단단한 눈뭉치를 차근차근 쌓고 싶다. 빨리 팀으로 돌아가 운동하고 싶다. 기대된다.

사진=풋볼리스트